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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에 짧은 휴식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바다를 보고 오고 싶었습니다.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해 런던이 말도 못하게 더웠었거든요.

작년 이맘때 쯤 다녀왔던 본머스의 해변이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 올해도 어떻게든 시원하고 반짝이는 해변가에 다녀오고 싶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출발 몇 일 전, 일기예보가 비구름인 것을 보고 급히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비소식 또한 바다만큼이나 그리워하고 있었기에, 비가 온다면 어디에 있어도 괜찮은 시간이 될거라 생각하고 멀지 않은 곳으로 떠났습니다.


쉼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사전에 많은 것을 계획하거나 준비하지 않고 나선 일정이었고

또 도착하고 보니 일기예보가 바뀌어서 여행 내내 해가 매우 쨍쨍…했지 뭐예요…

좋을 줄 알고 예약했으나, 생애 처음으로 투숙 중 분노의 구글리뷰1점을 달게 했던 숙소도,

일기예보와 정반대로 펼쳐져 바다에 갔어야 좋았을 날씨도,

갑자기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버려 일정이 꼬이고 급기야 일찍 런던으로 복귀해야만 했던 등 여행 중간에 일어난 여러 일들도,

돌이켜보면 이번 휴가는 흔히들 말하는 ‘망한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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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rton-on-the-water의 티룸에서 먹은 스카치에그. 의외로 칠리잼이 맛있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

매일 매일 그림 혹은 글을 한 점씩 남길 수 있었다는 것!

왜인지 마음껏 크리에이티브해졌던 휴가였어요. 


일정이 딱히 없어 여유 시간이 많아지니 방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했던 작은 것들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지. 

평소에 잊고 지냈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여러가지 다양한 것들을 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음식을 그릴 때 더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잘 그린 그림이 아니어도, 생산적인 그림이 아니어도,

그냥 그 음식이 그림이 될 때의 귀여운 느낌이 저를 신나고 기분 좋게 만들더라고요.


여러분도 그런 게 있으신가요?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이 가닿고, 자연스럽게 좋아서

쉬는 시간에 좋아서 하게 되는 무언가.


나를 둘러싼 바깥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인 경우가 많고,

꽤 자주 우리를 둘러싸고 흔들고 휘몰아치지만, 


그 와중에 내가 나일 수 있도록, 멈춰서서 조용히 나를 잡아주는 몰입의 순간. 그 순간 만큼은

외부의 휘모리장단 안에서 우리가 우리를 지키는 선택을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 직업을 생각할 때, 개인적으로 저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네요.


쉼의 다양한 형태와 의미는 저의 끊임없는 관심사입니다.

지친 몸과 정신의 피로를 풀기 위한 휴식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몰입하며 나를 돌보는 휴식. 


이번 휴가는 이것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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